올 상반기만 98건 판정, 대부분 친부모…일부 분풀이성 폭력 심각, 생명 위협도
‘내 자식 내맘대로?’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지는 아동학대의 실상은 방임·신체·성(性)학대는 물론 일부 부모들의 분풀이성 폭력에 힘없는 자녀가 목숨을 잃을 뻔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14일 술에 취해 딸아이를 장롱 속에 가두고 떨어지도록 방치하는 등 딸의 신체를 학대한 A(44)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6시께 광주 남구 진월동 모 아파트에서 2살된 딸이 울자 집안 장롱 속 바구니에 넣고 문을 닫은 뒤 아이가 거실바닥에 떨어지도록 방치한 혐의다.
A씨의 딸은 장롱 밖으로 나오려 몸부림 치다 170㎝ 높이에서 떨어져 두개골이 골절됐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2년 전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그 사이에서 딸을 낳았으며 술에 취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날 광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조의연)는 15개월된 자신의 딸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설모(36·여)씨에 대해 살인미수죄를 적용,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설씨는 지난 4월2일 오후 3시께 광주 광산구 모 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내연남과 사이에 태어난 딸을 포대기로 덮어 발코니 창문 밖으로 던진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20m 아래 화단으로 떨어진 설씨의 딸은 비로 축축해진 땅이 충격을 흡수하면서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광주시내에서 170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중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98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8년 79건에 비해 19건이 늘어난 수치며 지난해 85건보다도 13건이 증가했다.
이처럼 매년 아동학대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확산돼 신고율이 높아지고 있는 탓도 있지만 경제적 빈곤, 가족 해체 등으로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아동학대로 판정된 총 98건 중 학대행위자는 친부모가 68건으로 자녀들에 대한 학대가 위험수위다.
피해아동 성별로는 남자 60명으로 여아 38명보다 높았다. 연령은 9-12세가 가장 많았다.
3세 이하 학대도 13건에 달했다. 학대유형별로는 여러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중복학대가 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학대 20건, 방임 20건, 정서적 학대 9건, 성적 학대 3건 등의 순이었다.
아동들이 학대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부모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선행돼야 하고 누구든지 학대를 발견했을 때는 신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임수빈 복지서비스팀장은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가정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 뿐 아니라 정신장애,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갖고 있는 부분이 많다”며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서는 부모에 대한 양육 상담을 비롯해 예방차원의 교육 통로가 많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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